
저는 통역사입니다. 프랑스에서 8년을 살았고, 2019년부터 통역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프랑스어를 가르쳤습니다.
가르치면서 계속 걸렸던 게 있습니다. 문법책은 규칙을 설명하는데, 막상 학생이 막히는 지점은 규칙이 아니었습니다. 활용표를 다 외운 학생이 que je fasse를 소리 내어 읽지 못했습니다. 접속법이 무엇인지는 아는데 언제 쓰는지를 몰랐습니다. 설명이 부족한 게 아니라, 설명이 눈과 귀에 닿지 않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수업마다 자료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간은 파랑, 어미는 빨강으로 칠했습니다. 규칙을 문장으로 쓰는 대신 색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모든 문장 아래에는 한글로 소리를 적었습니다. 발음 기호를 모르는 사람도 오늘 당장 읽을 수 있도록.
예문은 교과서에서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통역 현장에서 실제로 들은 말, 파리와 마르세유에서 8년간 쓴 말로 썼습니다. 이 책의 문장은 전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쌓인 38편을 한 권으로 묶었습니다. 소리에서 시작해 문장의 뼈대, 동사, 대명사를 지나 문화와 샹송으로 끝납니다. 앞에서부터 읽으면 프랑스어가 순서대로 쌓이고, 필요한 장만 펼쳐 봐도 그 장 하나로 완결됩니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결국 다른 사람의 세계로 건너가는 일입니다. 센강과 한강, 두 강변 사이에 다리를 하나 놓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그 다리의 첫 칸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6년 여름, 서울에서
김석원
한국어에는 프랑스어에서 건너온 말이 수백 개 있습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건너오는 동안 비모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코로 울리는 그 소리가 한국어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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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oissant | 크루아상 | → | 크후아썽 |
| Yves Saint Laurent | 생로랑 | → | 이브 쌍 로헝 |
| Balmain | 발맹 | → | 발망 |
| Louboutin | 루부탱 | → | 루부땅 |
| Guerlain | 게랑 | → | 걔흘랑 |
| Lanvin | 랑방 | → | 렁방 |
| Paris Saint-Germain | 파리 생제르맹 | → | 빠히 쌍 재흐망 |
이 책의 색은 장식이 아닙니다. 각 색이 문법적 역할 하나를 맡고 있어서, 규칙을 읽지 않아도 구조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